
넷플릭스에 라디오헤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의 단편영화 [아니마]가 지난 27일 공개되었다. 이번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PTA)이 연출하고 톰 요크가 직접 출연했다. 톰 요크라니. 영국 음악의 상징같은 존재이자,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휘어잡아 ‘라디오헤디즘’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아닌가. 영화는 톰 요크의 솔로 3집 발매를 기념해 동시에 출시되었고, 앨범 제목과 동일한 [아니마]다.
15분 분량의 짧은 영화를 보고나면, 다소 충격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는 오로지 톰 요크의 음악 세 곡만이 나오고, 등장 인물들 간의 그 어떠한 대화도 없이 몸짓으로만 영화가 흘러간다. 이 정도의 설명에서만 그친다면, 누가 보겠는가. 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누군가의 꿈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어쩌면 난해하다곤 쳐도 절대로 지루하지는 않다.

그러고는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자신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마치 톰 요크의 음악을 들을 때처럼,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음악이 이미지로 구현된다. 바로 ‘불안과 디스토피아’. 이번 앨범의 주제다.

그는 ‘불안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 불안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극도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음악 위에서 이상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이것이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톰 요크의 세계관을 명확한 이미지로 구현한 사람은 미국의 영화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이다. 그는 이전에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Daydreaming’, ‘Present Tense’, ‘The numbers’ 등을 연출했고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는 그의 영화 다섯 편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화이자 동명 앨범의 제목인 [아니마]는 심리학 용어로는 ‘행동을 반영하는 개인의 내면’ 혹은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라고 설명한다. 남성의 아니마를 억압하게 되면 더욱 더 남성스러운 면이 나타난다는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이론으로 아니마와 아니무스(Anima and animus)에서 빌려왔다.
제목인 [아니마]는 영화에서 주된 설정으로 작용하듯 톰 요크의 꿈에 대한 집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디스토피아에 대한 탐험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의 [아니마]란 꿈과 무의식의 황량함에 대해서 만큼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만약 [아니마]를 보거나 듣고 난 뒤에 더욱 궁금해졌다면, 혹은 톰 요크의 불안과 디스토피아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오는 28일에 열리는 그의 단독 공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번 내한은 2012년 라디오헤드로 내한한 이후로는 7년만이자 그의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공연엔 언제나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와 비주얼 아티스트 타릭 바리와 함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