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i Hip Hop – 나른하게 녹아 물이 되고 싶을때

한없이 나른하게 만들어줄 곡들을 그대는 그냥 지나칠 것인가.


Nujabes – After Hanabi

 

만약 당신이 우울한 기분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차분하고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이런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떤가? 치지직거리는 바이닐 노이즈와 카세트테잎으로나 들었을 법만 먹먹한 소리가 우리를 한없이 감싸온다. 대중음악으로의 유행은 타지 않았지만 기사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어이없을 정도로 엄청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장르. 바로 Lo-fi Hip Hop이다.

우리가 듣는 것은 음’학’이 아닌 음’악’이지만 굳이 정의를 소개해보자면 Lo-fi란 ‘Low Fidelity’의 줄임말로 ‘음질이 좋지 않은 사운드’라는 뜻을 가진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FLAC, mp3, wav, 320kbps, 190kbps 따위의 물리적, 수리적 기준이 아니라 바로 예스러움인데, 과거의 LP판이나 카세트테잎 등에 들어있던 음악을 CD나 음원 파일로 재생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먹먹한 사운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질감의 사운드를 통해 느껴지는 어떠한 향수, 바로 이런 감성이 있어야 비로소 Lo-fi 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Lo-fi Hip Hop의 느낌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부야계 또는 Chillhop 등으로 불리는 일본 재즈 힙합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Nujabes, jinsang 등으로 대표되는 이런 재즈 힙합은 재즈곡들을 샘플링하여 멜로디컬하고 잔잔한 힙합 비트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Sam Ock이나 Gowe 같은 아티스트들 또한 이러한 느낌을 내는 아티스트들이다.

jinsang – Summer’s day ver.2

(이건 진짜 웬만하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노래가 아닐까.)

J. Han – Gratitude (feat. Gowe)

본격적으로 Lo-fi Hip Hop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후에 소개될 곡들을 들어보면 느낄 수 있을 텐데, 사실 앞서 소개한 재즈힙합과는 둘 간의 교집합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나 동의어 관계는 아니다. 재즈 힙합은 재즈 곡을 샘플링하는 장르인 만큼 재즈적인 보이싱이나 텐션이 활용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Lo-fi Hip Hop은 재즈, 올드스쿨 붐뱁, R&B, 락 또는 팝 장르의 곡까지도 Lo-fi 느낌으로 소화시키기만 하면 Lo-fi Hip Hop이 되는 것이다. 물론 먹먹하고 따뜻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탓에 재즈 곡이나 ep 연주곡이 샘플로 많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Jazzinuf – Be mine

(전형적인 재즈 느낌이 물씬 나는 Lo-fi Hip Hop)

hisohkah – school rooftop

(이 곡처럼 재즈느낌에서는 살짝 벗어난 멜로우한 느낌의 곡들도 많다.)

Aso – Loungin

elijah who – we used to talk every night

(필자가 Lo-fi Hip Hop 중에 제일 애정하는 두 곡.)

위에 소개한 곡들 외에도 유튜브를 조금만 디깅해보면 찾을 수 있는 좋은 노래들도 정말 많지만 사실 Lo-fi Hip Hop은 양산형 음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재즈 샘플이나 피아노 연주곡들에서 느낌 있는 부분들을 찹핑해서 룹을 만들고 거기에 드럼을 올린 다음 바이닐 노이즈를 더해주면 어느 정도는 Lo-fi 한 느낌을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퍼웨이브 장르가 음악성을 어떻게든 찾아가는 중인 것처럼 Lo-fi Hip Hop도 마찬가지로 그런 길을 걷는 중이다. (Aso나 elijah who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샘플링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chill 한 음악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음악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어떤 것들은 도태되기도 하겠지만.)

이제 원론적인 이야기는 접어두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괜히 늘어지고, 여유가 부리고 싶은 나른한 오후면 나를 한없이 나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곡들이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 그렇게 많은데 당신은 그냥 지나칠 것인가. 지나칠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더라도 마지막으로 이 한 곡만 듣고 가자. 꽃이 피는 계절이니까.

elijah who – bloom

0 Comments

댓글 남기기

You may also like

Choose A Format
Personality quiz
Series of questions that intends to reveal something about the personality
Trivia quiz
Series of questions with right and wrong answers that intends to check knowledge
Poll
Voting to make decisions or determine opinions
Story
Formatted Text with Embeds and Visuals
List
The Classic Internet Listicles
Countdown
The Classic Internet Countdowns
Open List
Submit your own item and vote up for the best submission
Ranked List
Upvote or downvote to decide the best list item
Meme
Upload your own images to make custom memes
Video
Youtube, Vimeo or Vine Embeds
Audio
Soundcloud or Mixcloud Embeds
Image
Photo or GIF
Gif
GIF for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