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닌 너에게서 너를 찾으려고 애썼다

너 아닌 너에게서 너를 찾으려고 애썼다.

미처 핸드폰 배터리를 챙기지 못한 채 보낸 하루였다. 주변 사람한테서 충전기를 빌릴 수도 있었고, 잠깐 들른 카페에서 충전을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내 핸드폰을 가장 많이 울려준 사람이 너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 된 행동이었다.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꺼져있던 핸드폰을 켰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원룸에 핸드폰의 빛만이 가득해졌다. 지잉- 거리며 울리는 핸드폰을 잠시 지켜보았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메세지들을 훑어보며 너의 흔적을 찾으려 바쁘게 눈을 움직였지만, 너는 없었다.

우리의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을 만난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었고, 우리가 만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고, 그것이 과거의 우리에게는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마침내 물음이 오가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물음이 없는, 시간이 멈춘 그 순간부터 우리의 대화는 단절되었다. 우리의 하루는 반복만 되었을 뿐,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다. 고인 물이 썩어가듯 결국 우리의 관계도 썩어가기 시작했다.

너 아닌 너에게서 너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말이야. 너뿐만이 아닌 나도 변한 거였어. 나는 너를 통해 과거의 너를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나를 찾으려 했던 거야.

안녕, 내 사랑.

안녕,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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