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관한 모든 걸 정리해 봤다 – 러브텐션

연애를 너무 많이 했다. 마음을 조금 더 아껴 쓸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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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러브텐션’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에고텐션’을 높이는 거다.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곤 하는데, 설령 그 매력 포인트에 대한 인식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별 상관이 없다. 자신의 개성을 인지하고 행동하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관해, 자기중심에 관해, 자존감에 관해 고찰하는 과정이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 수 있는데, 그 매력적인 오답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검증받을 경우, 확신의 세기 차원에서 조금 더 유용해질 수 있다.

 

드높은 ‘에고텐션’을 통해 누군가와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이가 된 이후, 본격적인 ‘러브텐션’이 시작된다.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믿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새로운 사랑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일의 정도,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정신적 외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모종의 결핍을 떠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공허를 메우기 위해 본인이 받고 싶은 걸 상대에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투사하고 대입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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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투사는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안위를 얻기 위해 강도 높은 형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형태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독단적이고 위선적인, 이율배반적인 모양새를 갖는 게 대부분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을 강요하고, 그 강요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다 지치게 되는 거다. 이후 사랑을 되돌아보며 자신은 진심으로 상대를 믿은 거였다고, 헌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건 헌신이 아니라 집착에 가깝다. 일종의 공허로부터 비롯된 집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집착이야말로 다종다양한 집착 중 가장 무서운 유형에 해당한다. 바뀌기 어려운 타인을 조종하는 것으로 자아의 만족감을 채우려 들기 때문에 목표치가 너무 높아 좀처럼 자중할 수가 없다.

 

일종의 ‘통제 강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것에는 본인에 대한 착각과 상대방에 대한 착각이 모두 들어가 있다.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채 강요하고, 강요당하고 있는 거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 경우 양쪽 다, 일시적으로 몇 가지 인격 장애를 겪게 된다. 일방이 가지고 있던 환상이 양방으로, 현실의 기준 체계로 편입되면서 불가피한 마찰을 빚어내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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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는 다른 종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건 남녀 모두 똑같은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하고 직접적인가, 복잡하고 간접적인가 하는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남녀 모두 똑같은 동물이다. 본능 덩어리, 단지 쾌와 불쾌만을 식별하는 동물이라는 거다. 생물학적으로 두뇌와 신체 기관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다만 성과 관련한 사회적 통념과 그와 연관되어 해석되는 개인의 인지적 개념이 생물학적 요인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괴리를 만들어 내는 거다. 여기에는 연인의 과거 성 경험 문제, 바람기 문제 등 모든 종류의 치정, 질투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별의별 경우의 수가 다 존재한다. 강해서 나쁜 남자, 나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로 여기저기 보험을 들어 두다 나빠진 남자, 강해서 나쁜 여자, 지고지순한 사랑 끝에 상처를 받아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다 나빠진 여자까지.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만났을 때 의심과 불안, 열등감으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거다. 연인 주위에 득실댔던, 득실대는 그년들과 그놈들을 애써 상상하며 ‘버추어 파이터’ 게임을 하는 건데, 이는 보통 대단히 유치한 일면적 행위로 표출되게 된다.

 

단언컨대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틀이나 체계 따위를 통째로 바꿔 버리는 거다. 이는 연인에게 적용된 특정 기준치를 넘는 방식으로 존재를 입증하는 연약한 ‘자신감’에서 연인의 어떤 사실에 대해 내가 알든 모르든, 이렇든 저렇든 하등 상관없는, 그년의 가슴 사이즈가 F컵이 되어도, 그놈의 키가 2미터가 되어도 아무 상관없는 충만한 ‘자존감’의 상태로 전환하는 걸 의미한다. 자존감은 존재론적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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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 성장한다. 기대치로부터 배신당한 연애 경험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람을 못 믿는 의심병자가 되든가 아니면 믿는 척하는 약아빠진 사람이 되든가 하라는 게 아니다. 엄연한 학습의 결과로 ‘믿음의 적정선’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거다. 인간은 신이 아니라는 걸, 애당초 그 정도로 믿을 대상이 아니라는 걸, 순도 100%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믿음의 적정선을 깨닫는 거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통사적으로 신본주의를 통해 완전이라는 개념을 찾는 거만으로도 불완전성을 반증한다. 그러니까 다 믿지 마라. 연인은 남이다. 친밀한 타인일 뿐이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생득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믿고 싶어 하는 본성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믿지 말래도 믿을 거잖아. 연인을 다 믿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다 믿는 게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다. 다 믿지 않으면서도 사랑이 불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에고텐션’과 관련이 있다. 확고한 자기중심을 가지는 거다. 여기서 자기중심이라는 건 이기주의와 다르다. 앞서 말한 공허나 결핍을 메운, 빈 공간을 채운 상태로서의 존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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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랑하지도 마라. 진짜로 사랑할 거면 다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사랑하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연인의 전부를 다 사랑하지 말라는 거다. 집착과 경도된 소유 의식, 강요되는 폭력의 기준 체계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 이 또한 어차피 사랑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할 거잖아. 그러니까 단지 전부 다 사랑하지 말라는 관념을 머릿속에 지니고 사랑을 하라는 거다. 그건 역설적으로 연인을 나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완전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다’ 사랑하지 않는 관념을 통해 ‘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다. 역설의 힘이자 부정을 통한 긍정의 힘이다.

 

궁극적으로 아이의 연애에서 어른의 연애로, 미성숙한 사랑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중요한 거다. 복잡할수록 단순한 곳에 진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진지한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이야말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다. 그 사랑이 성숙했는지 미성숙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성숙한 사랑을 했음에도 그를 바라보는 태도가 진지했다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전제를 가진 사람이 되는 거다. 그건 과거로서 현재를 위한, 현재에서 미래를 향한 전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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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기억해야 할 명제는 마지막 사랑만이 현존한다는 사실이다. 현존하지 않는 사랑은 말 그대로 현재에 있지 않다는 거다. 무용하다. 개념적으로도 마지막 사랑이 가장 큰 개념이다.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을 비롯한 그간의 다사다난한 연애를 오롯이 감싸 안는 역할을 하는 게 마지막 사랑이다. 그렇게 성숙하고 포용력이 큰, 완성도가 높은 사랑은 끝 사랑이 유일하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려면 본인 스스로가 아무런 연애도 하지 않고, 상대에게도 아무런 연애도 하지 않을 걸 미리 강요해야 한다. 속박이다. 행복할 리 없다.

 

안타깝게도 사랑은 아무리 많이 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극도로 자극적인 감정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마음은 유한한 자원이다. 아껴 써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불행 중 다행인 건 학습이 된다는 거다. 학습을 통해 내 안에 작은 변화들을 일으키며 사는 거다.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성찰하며 대척점에 서 있는 것들을 과감히 시도해 본 자만이 성숙한 사랑을 이룩할 수 있다.

 

나도 미친 듯이 사랑하다 상처를 주고받고, 죽이네 마네 난리 블루스를 추다가, 짧고 가벼운 연애들에 휩쓸리고, 다시 안정적인 사랑을 하게 됐지만 그마저도 깨져 버리는 무수한 반복 끝에 깨닫게 된 거다. 지겹다. 연애를 너무 많이 했다. 마음을 조금 더 아껴 쓸 걸 그랬다. 그래도 괜찮다. 배웠으니까. 합리화가 아니라 원래 열꽃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열이 내리는 과정을 준비하면서, 회복의 징조로 피어나곤 한다. 마음의 유한성을 깨닫자. 마음의 유한성을 깨닫고 뜨거운 사랑을 만날 때 비로소 열꽃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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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쓰신 다른 글들도 읽고싶어요. 책이라던가 다른 짧은 포스트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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