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unk: 술과 이성, 파티, 로우라이더 너머

West Coast, 그리고 G-Funk


술과 이성, 파티, 로우라이더. 해변가의 여유로운 바이브,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 이 모든 것을 함축하는 한 단어 G-Funk. G-Funk(Gangsta Funk)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서부에서 형성된 힙합 음악의 하위 장르로, 포르타멘토(Portamento) 방식(음과 음이 연결된 채로 연주되는 방식)의 고음의 신시사이저 연주,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피 펑크(P-funk) 노래에서 차용한 강한 리듬, 무거운 베이스 기타 음, 빠르지 않은 템포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으며, 검열 삭제와 마약에 관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조지 클린턴의 밴드 유니온이던 팔리아먼트나 펑카델릭 같은 펑크 뮤지션에 대한 리스펙이 엄청나며, 그 연관 관계도 상당히 명확한 장르. 뉴욕과 뉴저지를 위시한 이스트 코스트가 둔탁한 정박 위주의 비트로 구성된 묵직한 붐뱁이라면, 지펑크는 빈티지한 신시사이저가 지닌 간결한 멜로디와 가벼운 드럼, 웅얼거리는 듯한 랩핑에 보컬이 가미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G-Funk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은 Dr. Dre, Snoop Dogg, Warren G 등이 있는데, G-Funk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꼭 들어야 하는 G-Funk 명반 Top5를 지금부터 소개하도록 하겠다.

 

  1. Snoop Dogg – [Doggy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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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ystyle]에서 스눕 독은 자신이 자라온 롱 비치(Long Beach)를 중심으로 한 거리에서의 삶을 그리며 오로지 제대로 된 갱스터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Ain’t No Fun”에서 스눕 독은 여성을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Who Am I”에서는 마약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당당하게 여긴다. 여기에 앨범 전반에 녹아 있는 경찰을 바라보는 공격적인 시선까지, [Doggystyle]은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앨범의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는 스눕 독의 삶을 펑키한 프로덕션 위에 올린다. 그 결과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더욱 독특하게 여겨졌던 스눕 독 특유의 느긋한 플로우와의 훌륭한 궁합이 탄생한다. 어떤 면에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갱스터의 태도와도 어우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스눕 독의 [Doggystyle]은 앨범은 발매 첫 주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4x 플래티넘(400만 장)을 기록한다. 여러 면에서 [Doggystyle]은 단순히 지펑크를 대표하는 앨범을 넘어, 힙합 전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반 중의 명반.

 

  1. Dr. Dre – [The Chr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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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역사상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닥터 드레의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Chronic]은 앨범 커버도 유명하여 수많은 오마주를 낳기도 했는데. N.W.A의 시대가 끝난 후, 데스 로우 레코즈(Death Row Records)에서 발표된 이 앨범은 지펑크를 크게 유행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샘플 수를 줄이고 이스트 코스트 힙합과는 차별화된 방향을 지향하여 웨스트 코스트 힙합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Nuthin’ but a ‘G’ Thang”만 이야기해도 앨범의 위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더 디오씨(The D.O.C.)나 스눕 독부터 커럽트(Kurupt), 대즈 딜린저(Daz Dillinger), 워렌 지, 네이트 독(Nate Dogg), 레이디 오브 레이지(The Lady of Rage)까지, 당대 서부 힙합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이들을 자신의 정규 앨범에 적극 기용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앨범이다.

 

3. Warren G – [Regulate… G Funk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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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펑크라는 장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인 워렌 지(Warren G)의 데뷔 앨범. 워렌 지의 지펑크는 적절한 샘플 운용을 바탕으로 늘어지는 듯한 그루브와 부드러운 멜로디, 중독적인 신스와 훅이 돋보이는 편이다.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 마이클 맥도날드(Michael McDonald)의 히트곡 “I Keep Forgettin”을 샘플링하여 자신만의 사운드로 재창조해낸 히트 싱글 “Regulate”는 지펑크를 잘 몰라도 힙합 팬이라면 알 정도의 명곡이다. 이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메인 신스 멜로디와 무거운 느낌의 베이스 라인, 읊조리는 듯한 랩이 조화를 이루는 “This D.J.”나 영화 <나쁜 녀석들 (Bad Boys)>의 사운드 트랙 앨범에도 수록된 “So Many Ways”에서 워렌 지 특유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돋보이는 건 워렌 지가 각 트랙에서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이 선보였던 지펑크보다 좀 더 팝에 가까운 스타일의 프로덕션을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만 3x 플래티넘(300만 장)을 기록하며 지펑크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다.

 

  1. 2pac – [All Eyez O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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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팍의 네 번째 정규 앨범 [All Eyez On Me]는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낸 작품이다. 투팍이 지닌 분노와 저항 정신, 갱스터의 정체성은 이 앨범의 기본적인 뼈대를 이룬다. 하지만 투팍은 마냥 분노만 할 줄 아는 래퍼는 아니었다. 분노 이면에 놓인 가치를 생각하고, 그 다음을 바라볼 줄 아는 뮤지션이었다. 배타적인 태도가 엿보이는 “Only God Can Judge Me”, 갱스터의 삶을 노래한 “Thug Passion”과 그들의 열악한 현실이 묻어나는 “I Ain’t Mad At Cha”, 삶에 대한 남다른 성찰이 돋보이는 “Life Goes On” 등 다채로운 성격의 트랙이 [All Eyez On Me]에 공존하는 건 모두 그 덕분이다. 빈민가의 여성을 비하하기보다는 걱정하며 충고를 던지고, 폭력에 방치된 소년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습에서는 고민할 줄 아는 뮤지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갱스터 랩’은 훌륭한 장르이지만, 갱스터라는 단어가 지닌 표면적인 뜻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가치들을 매몰시키기도 한다. [All Eyez On Me]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고정 관념의 표면을 한 꺼풀 벗겼을 때야 비로소 나타난다.

 

  1. DJ Quik – [Quik Is The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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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코스트 힙합을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한 사람인 DJ Quik의 첫 정규 앨범. DJ Quik은 펑키한 바이브를 주로 선보여 온 사람 중 한 명으로, 앨범에도 그러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 있다. 주로 쓰는 악기나 곡을 구성하는 소리 자체가 묵직하고 힘이 있기보다는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레이크비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샘플을 쓰는 과거의 작법을 활용하진 않았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DJ 퀵만의 작법은 서부 힙합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그러한 분위기에 걸맞게 가사 역시 공격적이고 강한 어조를 띄기보다는 좀 더 파티에 적합한, 그러니까 섹스, 술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지펑크 음악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펑키한 바이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지펑크를 대표할 수 있는 앨범.

전성기엔 상당히 세를 누렸으나 2000년대 이후로 미국 힙합 시장을 휘어잡은 사우스 힙합과 그것에서 발전한 트랩 장르의 엄청난 독식으로 현재는 90년대만큼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하다. (정말 90년대에는 다 해 먹었다.) 하지만 골수팬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주로 유럽권에서 많은 지펑크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펑크가 힙합에서 아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2013~15년 동안 힙합신을 미친 듯이 장악한 Ratchet(래칫)이라는 장르의 선구자 DJ Mustard는 본인 스스로 웨스트코스트를 계승하는 것임을 표방하기도 했다.

“(웨스트코스트 음악은) 죽어 있었어. 현재 진행형이 아니었지. 우린 Snoop Dogg, Dr. Dre, Ice Cube 같은 진짜배기 형님들이 있었지만, 이젠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기였거든. 나랑 YG가 그 시절 사운드를 다시 가져오기 전까지 누구도 (웨스트사운드를) 듣고 있다는 사람이 없었어. 근데 이제 나도 있고, Nipsey Hussle도 있고, Dom Kennedy도 있고, Casey Veggies도 있지. 이제 모두 함께인 거야. 하지만 그전엔 아무도 없었어.”    -CRWN 인터뷰 中-

(출처 : HiphopDX)

머스타드가 래칫의 형태를 완전히 정립하기 전의 음악을 들어보면 지금의 래칫보다는 지펑크나 웨스트사이드 힙합에 조금 더 가까운 바이브를 지니고 있다. (예로 든 YG의 I’m Good은 2011년에 릴리즈되었다.)

(https://youtu.be/waX2fj0rk2g YG – I’m Good)

이후의 래칫은 점점 더 래칫만의 색깔을 지니게 되어 지펑크의 포르타멘토 신스와는 다른 플럭 위주의 스타카토 느낌의 신스 운용, 악기와 드럼 패턴의 미니멀리즘 등을 특징으로 갖게 되었다. 서부의 느낌을 바탕으로 한 남부 힙합이랄까.

이 글을 마치며 래칫 장르 추천 곡 세 곡을 듣고 ‘뭐야? 왜 노래가 다 똑같지?’라고 생각할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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