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속의 공주 – 남친, 여친의 과거 성관계

너 어떻게 나 만나기 전에 그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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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내가 처음이 아니란 말이야? 난 처음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 여자, 내가 처음이 아니란 말이야? 나도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여자가 그럴 수 있어? 환상이다. 만약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내가 그 사람의 첫 연애 상대가 된다면 현재 내가 사랑하는, 지금 좋아 죽겠는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사귀다 헤어졌을 수 있다. 경험을 통해 변화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다양한 경험으로 현재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 생각, 행동 등이 매력적으로 구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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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다. 실체가 분명한 공포와는 달리 불안은 항상 대상을 찾아다닌다. 그러니까 내면에 어떤 불안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불안을 달래 줄 혹은 달래 줄 수 있을 거만 같은 기준을 만들어 연인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해소되지 못한 불안은 첫 경험 외의 다른 영역에 대입되어 이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상대가 지금과 똑같은 사람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불안을 달리 해소할 수 있는 방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데, 단순히 “너 어떻게 나 만나기 전에 그럴 수 있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처음을 나눴단 말이야?”라고 할 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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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공주병, 왕자병에 불과하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적어도 그 사람에게 있어서만큼은 인류 전체에서 가장 특별해야 하는데, 전 사랑들이 나보다 먼저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첫 순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싫은 거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유일한, 절대적 존재로 군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짜증이 난 거다.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성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별함이라는 건 결국 오래가는 거와 아이를 갖는 거밖에 없다.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함과 남녀가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것, 그 이상이 없음으로 인해 이상적이 되는 것, 다시 말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에서 오는 특별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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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상처가 난다. 사랑을 반복하다 보면 화가 날 수 있다. 열 받을 수 있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다 어느 순간 잠잠해지고 초연해질 수 있다. 초연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설레는 감정이 샘솟거나 극단적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영혼이 가출한다. 이젠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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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일상의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둔감해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 받을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틀렸다. 멋있긴 한데 틀렸다. 상처 받을 걸 두려워하자. 하지만 무엇보다 상처를 줄 걸 두려워하자. 그토록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내가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런 상처도 주고받지 않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되는 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게 자다가 욕창 생긴다. 혼자 외롭게 욕창에 걸릴 바에야 밖에 나가 행복하고 불행하게,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게 더 현명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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